영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코츠월드를 일정에 넣었다면 가장 먼저 드는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코츠월드는 어디를 가야 할까?
코츠월드는 하나의 마을 이름이 아니다. 코츠월드 내셔널 랜드스케이프는 약 2,038㎢에 이르는 넓은 지역으로, 남쪽의 바스와 윌트셔에서 글로스터셔·옥스퍼드셔를 지나 북쪽의 워릭셔와 우스터셔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여행 계획은 ‘코츠월드에 간다’보다 ‘이 넓은 지역에서 어느 마을을 고를 것인가’부터 시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당시 가족여행 중 옥스퍼드에서 공부하던 친구를 만나 이틀을 머물렀고, 그 일정에서 코츠월드도 둘러봤다. 옥스퍼드에서 친구와 염소치즈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이동했던 기억도 남아 있다. 코츠월드는 그 시기 영국 여행에서 만난 곳 가운데 전원 풍경이 특히 선명하게 남은 지역이다.

1. 코츠월드, 어느 마을을 골라야 할까?
코츠월드에는 바이버리, 버튼온더워터, 버퍼드뿐 아니라 스토온더월드, 치핑캠든, 브로드웨이, 모턴인마시 등 이름난 마을이 흩어져 있다.
처음부터 모두 보려고 하기보다는 어떤 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지를 먼저 정하는 편이 좋다.
- 바이버리 : 알링턴 로우와 물길, 조용한 전원 풍경
- 버튼온더워터 : 강과 낮은 돌다리, 카페와 상점
- 버퍼드 : 경사진 하이스트리트와 오래된 상점
- 스토온더월드 : 오래된 시장 마을 분위기
- 치핑캠든 : 석조 건물이 이어지는 하이스트리트와 마켓홀
- 브로드웨이 : 넓은 중심 거리와 브로드웨이 타워
코츠월드에서는 많이 보는 것보다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을을 먼저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계획을 너무 촘촘하게 세울 필요도 없다. 마을 사이를 이동하다 보면 일정에 없던 돌담길이나 작은 마을, 초원이 더 마음에 들 수도 있다.
꼭 보고 싶은 곳은 정하되, 나머지는 길에서 만난 풍경에 맡겨도 좋다.
2. 바이버리, 사진에서 보던 코츠월드의 풍경
바이버리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알링턴 로우(Arlington Row)다.
낮은 석조 주택과 물길, 초원이 함께 이어져 코츠월드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직접 가보면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관광시설이라기보다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 가깝다.
알링턴 로우는 14세기경 양모 저장시설로 지어진 뒤 17세기에 직공들의 집으로 바뀌었다. 현재도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는 곳이 있어 집이나 정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민의 생활을 존중하며 둘러봐야 한다.
바이버리는 Highway 도로변 등에 무료 주차 공간이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고 혼잡할 수 있다. 주차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당일 현장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사진을 찍을 때는 알링턴 로우만 크게 담기보다 돌집과 물길, 주변 초원을 함께 넣는 구도가 이 마을의 분위기를 더 잘 보여준다.

3. 버튼온더워터, 강변에서 잠시 쉬어가기 좋은 마을
버튼온더워터는 마을 중심으로 River Windrush가 흐르고 낮은 돌다리가 놓여 있어 코츠월드의 다른 마을과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바이버리와 달리 중심부에는 카페와 상점이 많고 관광객도 많은 편이다. 조용한 전원마을만 생각하고 갔다면 예상보다 분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여행 중간에 쉬어가기에는 편한 곳이다.
주차는 Station Road와 Rissington Road에 대형 유료 주차장이 있고, 두 곳 모두 마을 중심까지 도보로 몇 분 거리다.

강변을 따라 조금 더 걸으니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오리 한 마리도 만났다. 유명한 돌다리뿐 아니라 이런 예상하지 못한 작은 장면이 여행에서는 오히려 오래 남기도 한다.

4. 버퍼드, 거리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재미
세 곳 중 마을 자체를 걸어보는 재미가 뚜렷했던 곳은 버퍼드였다.
경사진 High Street를 따라 오래된 석조 건물과 작은 상점, 카페가 이어진다. 바이버리가 한 장면을 바라보는 마을이라면 버퍼드는 거리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둘러보는 마을에 가깝다.

버퍼드는 도로와 공영주차장이 무료다. High Street 동쪽은 2시간 제한, 서쪽은 시간제한이 없고 메인 공영주차장은 최대 1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버퍼드 타운카운슬이 안내하고 있다. 현장의 주차 표지판은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5. 코츠월드가 다른 영국 시골과 조금 다른 이유
코츠월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을이 달라도 건물과 담장이 비슷한 색으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지역의 석회암이 오랫동안 집과 교회, 돌담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완만한 구릉과 초원, 석회암으로 지은 건축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코츠월드 내셔널 랜드스케이프에서도 이 지역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는다.
중세에는 양모 산업과 연결돼 발전한 지역이기도 하다. 바이버리 알링턴 로우 역시 양모 저장시설에서 직공들의 주거 공간으로 바뀐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코츠월드는 단순히 ‘예쁜 영국 시골’이라기보다 돌과 초원, 오래된 산업과 현재의 생활이 한 풍경 안에 남아 있는 지역에 가깝다.
하루에 몇 마을을 보는 것이 좋을까?
차가 있다고 해서 유명한 마을을 하루에 모두 넣을 필요는 없다.
주차하고 마을 안으로 걸어가 사진을 찍고, 차 한잔하거나 식사까지 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처음 방문한다면 꼭 보고 싶은 2~3곳을 중심으로 잡고 일정 사이에 여유 시간을 두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코츠월드에서는 이동 중 예상하지 못한 작은 마을이나 돌담길을 만났을 때 잠시 멈출 수 있는 시간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여행 계획은 방향을 잡는 것이지 발걸음을 묶는 것은 아니니까.
6. 코츠월드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코츠월드를 둘러본 뒤에는 영국 여행의 방향에 따라 다음 목적지를 연결할 수 있다.
런던 방향으로 돌아간다면 옥스퍼드, 북쪽으로 여행을 계속한다면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 서남부로 내려간다면 바스를 이어볼 수 있다.
우리 가족도 세 지역을 모두 여행했다. 사진은 대부분 남아 있지 않지만,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늦은 시간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거리 주변을 걸었던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귀국 일정이라면 히드로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윈저를 마지막 여행지 후보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긴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여러 곳을 더 보기보다 한 도시를 천천히 둘러보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부담이 적다.
코츠월드는 관광지 숫자를 채우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마을 하나를 찾아내는 여행에 더 잘 어울렸다.
유명한 곳 몇 군데는 미리 골라두되, 실제로 길을 나섰을 때 더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난다면 계획을 바꿔도 좋다.
많이 본 마을보다 오래 머물렀던 마을이 결국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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