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오름은 둥근 원형 분화구와 그 안쪽을 감싸는 삼나무숲이 인상적인 제주 오름입니다. 겉에서 보는 모습과 안쪽에서 만나는 풍경이 전혀 달라 이번 여행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보통은 능선과 전망을 보고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수국·억새·소나무가 이어진 능선을 따라 걸으며 아부오름의 바깥 풍경을 살펴봤습니다. 이후 분화구 안쪽으로 내려가자 능선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른 삼나무숲이 나타났습니다.
주차와 가는 길부터 수국·억새길, 삼나무 분화구, 직접 걸으며 느낀 주의사항까지 이번 방문에서 본 아부오름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부오름 기본정보
- 위치: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164-1
- 입장료: 무료
- 주차: 오름 입구 주차 공간 이용
- 둘레길: 약 1.4km
- 소요시간: 둘레길 산책 약 30~40분, 사진 촬영과 휴식을 포함하면 1시간 안팎
- 특징: 원형 분화구, 삼나무숲, 수국과 억새 풍경

1. 아부오름 입구부터 전망대까지|초입 산책로
제주공항에 오전 8시쯤 도착해 렌터카를 찾고 아침을 먹은 뒤 아부오름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하면 짧은 야자매트길을 지나 데크길이 이어집니다. 초입은 경사가 조금 있지만 길지 않아 금세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걷고, 더 어린아이를 안고 올라가는 가족도 보였습니다.

위쪽에 닿으니 길이 갈라졌고 우리는 전망대가 있는 왼쪽 길을 먼저 택했습니다.
전망대에 서자 시야가 확 열리면서 멀리 산과 여러 오름이 겹겹이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아부오름 안쪽에 전혀 다른 풍경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2. 아부오름 둘레길|수국·억새·소나무 숲길
전망대를 지나 왼쪽 길을 따라 능선을 약 반 바퀴 걸었습니다.
이 길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길 양쪽 풍경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는 사람 얼굴만 한 수국, 그 뒤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가장 바깥에는 키 큰 소나무가 이어졌습니다.
수국·억새·소나무가 세 겹으로 층을 이루며 길을 따라 쭉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국은 절정이 조금 지나 갈색으로 변한 꽃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모습도 수국이 보여주는 여러 얼굴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창 화사하게 피었을 때뿐 아니라 색이 바래가는 모습도 나름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은 것은 억새 소리였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가 서로 스치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습니다.
꼭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바람을 타고 노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조금 더 걸으니 풍경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소나무 아래로 솔잎이 푹신하게 깔린 길이 나타났고, 그 끝에서 동물의 이동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경계와 아부오름 분화구를 안내하는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3. 아부오름 삼나무 분화구|안쪽에서 만난 특별한 풍경
능선을 약 반 바퀴 돈 뒤 이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갔습니다.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었고 양옆에는 가시가 있는 넝쿨도 있어 조심해야 했습니다. 제주다운 검은 흙길이었지만 방문 당시에는 질지 않고 단단했습니다.

체감상 100~200m쯤 내려갔을 겁니다. 어느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정갈하고 빽빽한 삼나무숲이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을 따라 조금 안으로 들어가 고개를 들어봤습니다.
삼나무가 분화구를 빙 둘러 하늘에 병풍을 세운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보고 싶어 오른쪽으로 돌아가 보니 안쪽을 조금 더 볼 수 있는 지점이 나왔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습니다.
‘아, 이 오름은 정말 색다르다.’
4. 아부오름 탐방 주의사항|좁은 길과 동행자 안전
분화구 안쪽에서는 작은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남편이 뒤에서 따라오는 줄 알고 계속 걸었는데 한참 뒤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시 남편의 갤럭시는 통신이 됐지만 제 아이폰은 잘 연결되지 않아 잠시 연락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혼자 내려오던 한 여성을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불러 세웠습니다. 수국길과 솔잎길까지는 괜찮지만, 그 끝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좁은 길은 혼자라면 굳이 깊이 들어가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직접 당황해 봤기 때문입니다.
아부오름을 걷고 나서는 문득 ‘오름이 정확히 뭐지?’ 궁금해졌습니다.
오름은 제주에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둥근 분화구가 있는 형태도 있고 한쪽이 열린 말굽형, 봉긋한 원추형처럼 모습도 다양합니다.
아부오름은 그중에서도 둥근 분화구가 뚜렷하고 그 안쪽을 삼나무숲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바깥 능선을 걸을 때와 분화구 안쪽에 들어섰을 때가 마치 서로 다른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제주 오름은 몇 곳을 다녀봤다고 모두 비슷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5. 아부오름 추천 계절|수국과 가을 억새
제가 다시 아부오름을 찾는다면 수국이 한창 아름다운 때, 아니면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이루는 가을을 고르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꽃빛이 갈색으로 바랜 수국도 많았지만 그것도 수국의 여러 얼굴 중 하나였습니다. 겨울에 눈을 뒤집어쓴 마른 수국도 저는 좋아합니다.
그래도 다음에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은빛 억새입니다.
이번에도 바람에 흔들리며 들려주던 사각사각한 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아부오름을 떠올리면 오래 남을 장면과 소리가 있습니다.
수국·억새·소나무가 세 겹으로 이어졌던 길, 아이들의 웃음처럼 사각거리던 억새 소리, 하늘에 병풍처럼 둘러선 삼나무 분화구.
그리고 어디선가 당황해 저를 찾던 남편의 목소리까지.
아부오름은 그렇게 눈으로 본 풍경과 귀로 들은 소리가 함께 남는 오름이 되었습니다.
아부오름 방문 전 참고
- 탐방로: 초입은 야자매트와 데크길로 이어지며 경사가 조금 있습니다. 분화구 안쪽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이정표가 있지만 길이 좁고 가시넝쿨이 있어 긴 바지와 운동화를 추천합니다.
- 휴대전화 통신: 분화구 안쪽에서 제 휴대전화는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동행자와 떨어지지 않고 함께 이동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화장실: 방문 당시 물 부족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실제로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시적인 상황일 수 있으므로 미리 화장실을 이용하고 방문하면 좋겠습니다.
아부오름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지만, 능선과 분화구 안쪽의 풍경이 크게 다릅니다. 시간에 쫓기기보다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방문 당시 화장실에는 물 부족으로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실제로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시적인 상황일 수 있으니 방문 시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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