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특별한 저녁 한 끼를 찾는다면 JW 메리어트 제주 더 플라잉 호그(The Flying Hog)는 꽤 분명한 선택지였습니다. 단순히 스테이크를 먹는 레스토랑이라기보다 제주 식재료를 여러 방식으로 풀어낸 긴 코스를 천천히 경험하는 곳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제주 여행은 남편 생일을 겸해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저녁은 미리 더 플라잉 호그로 예약해 둔 상태라 점심도 일부러 조금 가볍게 먹었습니다. 가격대가 있는 코스인 만큼 실제로 어떤 음식이 어떤 순서로 나오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제가 먹은 순서 그대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더 플라잉 호그 디너 이용 정보
- 위치: 제주 서귀포시 태평로 152, JW 메리어트 제주 7층
- 운영시간: 오후 6시~10시
- 예약: 사전 예약 필수
- 식사 소요시간: 약 2시간
- 방문 당시 디너 코스 가격: 1인 25만 원대(음료 별도)
- 2026년 10월 예약 메뉴: 4코스 10만 원, 7코스 15만~25만 원대
- 10월 한정 협업 7코스: 오리 18만 원, 한우 20만 원
예약 팁
코스 메뉴와 가격은 시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미리 확인하세요. 생일 등 기념일 서비스와 창가 좌석을 문의하고, 제주 노을을 즐기고 싶다면 일몰시간을 고려해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더 플라잉 호그 디너 코스 시작|제주 식재료로 만든 전채와 식전빵
자리에 앉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음식이 아니라 접시였습니다. 이미영 도예가의 작품으로, 접시에는 날아가는 돼지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레스토랑 이름인 ‘더 플라잉 호그(The Flying Hog)’를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장식이라 코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곳의 콘셉트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담는 그릇이라기보다 레스토랑의 이름과 이야기를 먼저 보여주는 장치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첫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다음 코스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첫 음식은 제주도 지도 모양의 나무 접시에 세 가지가 함께 나왔습니다.
제주 메밀로 만든 돼지 모양 안에는 오리고기 무스가 들어 있었고, 선물처럼 생긴 것은 제주 당근 치즈였습니다. 김 안에는 전복과 고구마 무스를 채우고 위에 캐비어를 올렸습니다.
작은 세 가지 음식이지만 시작부터 제주라는 지역을 꽤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제주 메밀과 오리고기, 제주 당근 치즈, 전복·고구마 무스와 캐비어를 담은 첫 세 가지
다음은 꼭 공갈빵처럼 생긴 둥근 빵이 나왔습니다.
반으로 갈라 안에 구운 감귤과 제주 우유로 만든 버터를 함께 넣어 샌드위치처럼 먹었습니다. 일반적인 식전빵과는 먹는 방식부터 달라 재미있었고, 감귤 향 덕분에 버터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2. 제주 한치·완두콩 무스·성게 아이스크림 코스
다음 접시는 완두콩 무스와 레디시가 함께 들어간 요리였습니다.
완두콩 무스가 아래에 넉넉하게 깔려 있었고, 여러 채소 사이로 얇게 썬 레디시가 보였습니다. 제주를 표현했다는 빵가루와 잘게 잘라 섞은 민트도 들어 있어 부드러운 무스 사이로 씹히는 맛과 향이 살아났습니다.

이어 한치 요리가 나왔습니다.
한치는 가늘게 채 썰어 살짝 익힌 듯했고 파프리카와 동그랗게 썬 무, 잘게 다진 미나리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토마토를 24시간 숙성한 뒤 맑은 국물만 걸러 만든 소스를 곁들였다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손이 많이 간 음식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제 입에는 특별히 강하게 남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긴 코스 안에서는 이렇게 취향이 갈리는 음식도 있었습니다.

그다음은 이날 가장 독특하게 기억에 남은 감자 스무디와 성게 아이스크림입니다.
부드럽게 휘핑한 감자 가운데 차가운 성게 아이스크림이 놓여 있었습니다. 익숙하고 부드러운 감자 맛과 성게 특유의 바다 향이 한입 안에서 만나는 조합이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위에 올라간 검은 재료는 직원마다 한 분은 구운 대파, 다른 분은 양파라고 설명해 정확한 이름은 적지 않으려고 합니다. 음식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을 때마다 기분 좋게 답해준 점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3. 디너 메인 메뉴|소고기 채끝과 방아·레몬 아이스크림
메인 선택은 오리와 소고기 가운데 가능했고 저희는 소고기 채끝 스테이크를 골랐습니다.
굽기는 미디엄 레어였고 붉은색의 와인 소스가 함께 나왔습니다. 코스가 여러 접시 이어진 뒤라 양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메인다운 무게감은 충분했습니다.

이날 제가 주문한 음료는 콜라였는데 한 모금 마신 뒤 거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음식의 섬세한 맛에 비해 콜라의 단맛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제 입에는 가볍고 드라이한 와인을 곁들였으면 훨씬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소고기를 먹고 바로 다음 고기 요리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방아와 레몬을 이용한 아이스크림이 나왔습니다. 상큼한 레몬 맛에 어린 방아 잎 향이 더해져 의외로 잘 어울렸고, 앞에서 먹은 소고기의 맛을 정리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긴 코스 중간에 이렇게 한 박자 쉬어가니 다음 음식을 다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4. 제주 흑돼지와 콩잎 청보리밥·애플망고 디저트
입안을 가볍게 정리한 뒤에는 흑돼지 요리가 이어졌습니다.
흑돼지 껍데기는 과자처럼 바삭하게 구워져 있었습니다. 바삭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느낄 수 있겠지만, 저는 이렇게 딱딱하고 바삭한 껍데기를 잘 먹지 못해서 그 부분은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그보다 제 눈길을 끈 것은 고기 옆에 함께 나온 구성이었습니다. 콩잎과 콩잎에 싸서 낸 청보리밥, 콩잎장아찌가 곁들여졌습니다. 단순히 고기 한 점을 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밥과 장아찌까지 제주 식재료와 어울리도록 한 접시에 풀어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고기 채끝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방아·레몬 아이스크림으로 한 번 쉬고 다시 흑돼지가 이어지니 코스가 생각보다 길고 탄탄했습니다. 특히 이 접시는 고기 자체보다 콩잎과 청보리밥까지 함께 구성한 방식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디저트였습니다.
먼저 애플망고와 제주 목장 요거트 위에 머랭을 올린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패션후르츠도 함께 들어 있어 검은 씨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았습니다.
애플망고와 요거트, 패션후르츠 조합은 산뜻해서 좋았는데 단단한 머랭은 제 입에는 약간 비린 느낌이 있어 먹지 못하고 남편에게 줬습니다.

그다음에는 감귤초콜릿과 말차 휘낭시에가 나왔습니다.
말차 휘낭시에는 쫀득한 식감이 좋았고 감귤초콜릿은 상큼하면서 지나치게 달지 않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 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5. 남편 생일 이벤트|오메기떡 케이크와 제주 노을
식사의 마지막에는 예상하지 못한 작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남편 생일이라고 오메기떡으로 만든 케이크에 하트 모양 촛불을 꽂아 가져다주셨습니다. 일반 코스에 포함된 후식이 아니라 생일을 맞은 남편을 위해 따로 준비해준 이벤트였습니다.
긴 코스를 먹은 뒤라 배가 꽤 불렀지만, 제주다운 오메기떡으로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준 것이 더 플라잉 호그와 잘 어울렸습니다. 커피와 함께 천천히 먹으며 저녁을 마무리했습니다.

더 플라잉 호그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습니다.
식사를 시작할 때는 아직 밖이 밝았는데 여러 코스를 천천히 먹는 동안 창밖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리조트 너머로 제주 하늘이 붉어지고 노을이 내려앉는 모습을 식사 중간중간 볼 수 있었습니다.

가격만 생각하면 쉽게 선택할 저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주 메밀과 당근, 감귤, 전복, 한치, 성게, 방아, 흑돼지, 콩잎, 청보리, 애플망고까지 제주 식재료가 코스 전체에 계속 등장한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모든 음식이 똑같이 좋았던 것도 아닙니다. 한치 요리는 제게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고 흑돼지의 바삭한 껍데기와 디저트의 머랭도 제 취향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감자와 성게 아이스크림은 상당히 독특했고, 방아·레몬 아이스크림은 고기 요리 사이에서 제 역할을 확실히 했습니다. 흑돼지와 함께 나온 콩잎과 청보리밥 구성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저녁은 남편 생일을 위해 선택한 자리였습니다. 남편이 음식도 좋아했고 마지막에 하트 촛불을 밝힌 오메기떡 케이크까지 받아 생일 저녁이라는 의미도 제대로 남았습니다.
JW 메리어트 제주에서 기념일 식사를 계획한다면 더 플라잉 호그는 한 접시의 맛보다 전체 코스의 흐름과 제주 식재료, 서비스, 노을 그리고 특별한 날의 분위기까지 함께 즐기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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