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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제주 한라산 아래첫마을 세 번째 방문|비비작작면보다 비빔냉면이 더 좋았던 이유

by 오이그린 2026. 9. 8.

첫 방문은 지인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받아본 비비작작면은 색과 구성이 너무 예뻐서 눈으로 먼저 감탄했고, 먹어보고는 생각보다 훨씬 맛있어서 또 놀랐습니다.

두 번째는 그 기억에 이끌려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이유가 조금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좋아했던 음식을 함께 간 가족에게도 한번 권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로 먹어보니 재미있게도 제 선택이 달라졌습니다. 처음 두 번 가장 기억에 남았던 비비작작면보다 이번에는 비빔냉면이 더 좋았습니다.

건물을 둘러 핀 목수국과 메밀밭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
건물을 둘러 핀 목수국과 메밀밭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

방문 전 참고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675
  • 건물 앞 서너 대 정도 주차 가능
  • 전기차 충전 가능
  • 건물 옆으로 비교적 넓은 주차장
  • 아기의자 있음
  • 주말이나 점심시간대에는 붐빌 수 있음
  • 영업시간·휴무는 방문 전 확인 추천

방문 당시 한라산 아래 첫 마을 메뉴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입간판
방문 당시 한라산 아래 첫 마을 메뉴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입간판

1. 세 번째 방문, 이번에는 골고루 나눠 먹었다

이번에는 한 가지 메뉴만 먹기보다 여러 가지를 골고루 시켜 나눠 먹기로 했습니다.

저는 앞선 두 번의 좋은 기억을 따라 비비작작면을 다시 골랐고, 남편은 시원한 물냉면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가족은 비빔냉면을, 아기와 함께 먹을 음식으로는 자극이 적은 한우 맑은 곰탕을 주문했습니다.

비비작작면, 비빔냉면, 물냉면, 한우 맑은 곰탕을 골고루 주문한 한 상
비비작작면·비빔냉면·물냉면·한우 맑은 곰탕을 골고루 주문한 한 상

 

각자의 선택이 달랐던 덕분에 비비작작면, 비빔냉면, 물냉면, 곰탕까지 제법 다양한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서로 조금씩 덜어 맛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뉴별 차이도 더 잘 느껴졌습니다.

2. 비비작작면, 소스를 넣어야 비로소 제맛

이번에는 처음부터 작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비비작작면을 몇 젓가락 먹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기억하던 맛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왜 맛이 다르지?’ 혼자 생각하며 먹고 있는데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소스 넣었어?”

한라산 아래 첫 마을의 비비작작 소스와 다시마 식초
한라산 아래 첫 마을의 비비작작 소스와 다시마 식초

 

그제야 함께 나온 소스를 넣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소스를 넣고 다시 비비니 그제야 제가 기억하던 맛이 살아났습니다. 비비작작면은 소스가 빠지면 맛의 중심이 거의 사라질 정도라 꼭 함께 넣어 먹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와 깨가 풍성하게 올라간 한라산 아래 첫 마을의 비비작작면
채소와 깨가 풍성하게 올라간 한라산 아래 첫 마을 비비작작면

 

그런데 소스를 제대로 넣고 먹어도 세 번째에는 전에 크게 느끼지 못했던 식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풍성하게 느껴졌던 통깨가 이번에는 계속 씹히면서 입안에 까끌한 느낌을 오래 남겼습니다. 아삭한 채소 사이에서 버섯의 부드럽고 미끈한 식감도 전보다 더 또렷했습니다.

음식이 달라졌다기보다 여러 번 먹으면서 제 입맛의 기준이 더 분명해진 것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처음 두 번과 달리 몇 젓가락을 남겼습니다.

3. 이번 방문의 1등은 비빔냉면

이번에 가장 기억에 남은 메뉴는 비빔냉면이었습니다.

비빔냉면은 고춧가루 양념이 충분히 어우러지지 않으면 풋내가 남거나 마늘과 참기름 향이 따로 겉돌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고춧가루와 마늘, 여러 양념이 하나로 잘 어우러진 느낌이었습니다.

간도 달지 않았습니다. 매콤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담백한 쪽이었고, 참기름 향만 따로 강하게 남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한 가지 맛이 튀지 않는 그 조화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숙성된 양념과 아삭한 무, 오이 절임의 조화가 좋았던 제주 메밀 비빔냉면
숙성된 양념과 아삭한 무, 오이 절임의 조화가 좋았던 제주 메밀 비빔냉면

 

무절임과 오이절임의 아삭한 식감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고명과 면의 비율이 잘 맞았습니다. 먹다 보면 무절임이나 오이가 먼저 떨어져 마지막에 면만 남기도 하는데, 이곳은 끝까지 면과 함께 먹기 좋은 정도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양념의 숙성감과 아삭한 고명, 면의 비율까지 이번에는 비빔냉면이 가장 좋았습니다.

4. 물냉면은 평양냉면이 떠올랐다

물냉면을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평양냉면이었습니다.

육수는 맑고 슴슴했고, 강한 간이 먼저 치고 들어오기보다 천천히 맛이 느껴지는 쪽이었습니다. 다만 제 입에는 비교적 굵은 메밀면의 존재감이 육수보다 조금 더 강했습니다.

함께 주문한 한우 맑은 곰탕을 먹고 나니 물냉면 육수의 방향도 조금 이해됐습니다. 곰탕에서도 맑고 담백한 고기 국물의 결이 느껴졌는데, 곰탕에서는 그 담백함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두 메뉴에 같은 육수를 사용하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게는 물냉면에서는 면이 조금 앞섰고, 곰탕에서는 국물이 더 잘 살아났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맑고 슴슴한 육수에 굵은 메밀면을 담은 제주 메밀 물냉면
맑고 슴슴한 육수에 굵은 메밀면을 담은 제주 메밀 물냉면

 

재미있는 건 저는 물냉면을 남겼는데 손녀는 정말 잘 먹었다는 점입니다. 자극적인 양념이 없고 국물이 맑고 담백해서 오히려 아이 입에는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매장에는 아기의자도 있어 아이와 함께 식사하기 편했습니다.

5. 메밀밭과 목수국, 아담한 카페까지

식당 주변도 잠깐 둘러볼 만합니다.

건물을 빙 둘러 심은 목수국은 다양한 색을 보여주고, 메밀밭을 배경으로 만든 포토존은 중산간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바로 옆에는 아담한 카페도 있어 식사 뒤 잠시 쉬어가기 좋았습니다.

식당 옆에 나란히 자리한 아담한 마을 카페
식당 옆에 나란히 자리한 아담한 마을 카페

 

이곳은 중문이나 서귀포 쪽에서 접근하기 좋고, 이후 중산간을 따라 표선·성산 방향으로 이동하는 날에도 동선에 넣기 괜찮았습니다.

제주에서 혼자 이 길 저 길 다니다 보니 성산 쪽으로 갈 때 꼭 해안도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해안도로는 마을과 신호가 이어져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산간으로 들어가면 바다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산과 산기슭 마을, 밭과 풍력발전기가 이어져 해안과는 다른 제주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다를 보러 온 날이라면 추천하기 어렵지만, 이동하면서 제주 중산간의 풍경을 보는 재미는 분명한 길이었습니다.

첫 방문은 추천으로, 두 번째는 기억 때문에, 세 번째는 함께 간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에 와서 알게 됐습니다. 처음 가장 좋아했던 메뉴와 지금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메뉴가 꼭 같지는 않다는 것을.

이번에는 비빔냉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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