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더덕 냄새.”
문경새재에서 밥을 먹으러 산중에에 들어서자마자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습니다.
한쪽에는 더덕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바로 옆에서 하나씩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갓 다듬은 더덕 특유의 쌉싸래하고 싱그러운 향이 홀 안까지 퍼져 있었습니다.
그 향을 맡으며 자리에 앉았지만 저는 메뉴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있었습니다.
“비빔밥에 고추장이나 양념장이 나오나요? 나물에는 생마늘이 들어가나요?”
생마늘을 못 먹다 보니 식당에 가면 먼저 물어보는 것이 거의 일상이었습니다. 답에 따라서는 메뉴를 바꿔야 했습니다.
사장님은 나물에 강한 양념을 많이 쓰지 않고 조선간장과 참기름 등으로 간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산채비빔밥과 약돌돼지가 함께 나오는 한 상을 주문했습니다.
▶ 산중에 방문정보
- 주소: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2길 36
- 영업시간: 10:00~21:00
- 라스트오더: 19:30
- 휴무: 연중무휴
- 주차: 전용 주차장 무료
- 자연밥상: 1인 22,000원, 2인 이상 주문 가능
※ 영업시간과 메뉴 가격은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산채비빔밥에 무슨 나물이 들어갔을까
음식이 나오자 산채비빔밥부터 궁금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나물이 들어갔다는 정도만 알았는데, 먹다 보니 정확한 이름이 알고 싶어 사장님께 직접 여쭤봤습니다.
들어간 재료는 곰취, 산뽕잎, 고사리, 호박고지, 무볶음, 취나물, 다래순이었습니다.

이름을 알고 다시 먹어보니 조금 전까지 한 그릇 안에 섞여 있던 나물들이 달리 느껴졌습니다. 부드러운 것도 있고 씹는 맛이 남는 것도 있었고, 향도 저마다 달랐습니다.
고추장 맛이 전체를 이끄는 비빔밥이 아니라서 한데 비벼도 나물을 먹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했습니다.
비빔밥을 먹고 있는데 직원분이 다가와서 말했습니다.
“김에 싸서 드세요.”

그렇게도 먹어보니 담백한 김과 산채비빔밥이 꽤 잘 어울렸습니다. 다 먹어갈 때쯤 김을 한 번 더 가져다준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2. 솔잎을 깐 접시에 나온 약돌돼지와 곁들임
약돌돼지는 솔잎을 깐 접시에 정갈하게 담겨 나왔습니다.
곁들임은 새우젓, 달래장아찌, 곰취장아찌, 살짝 볶은 묵은지였습니다.

한 점 먹고 남편과 거의 동시에 말했습니다.
“와, 어떻게 이렇게 잘 삶았지?”
살코기는 퍽퍽하지 않았고 비계는 물컹하지 않고 쫄깃했습니다. 돼지고기 냄새도 거슬리지 않았고 고기의 두께도 제 입에는 좋았습니다.
곁들임을 바꿔가며 먹어봤는데 저는 새우젓을 조금 올려 먹었을 때 가장 좋았습니다. 달래장아찌와 곰취장아찌는 중간중간 입맛을 정리해줬고, 살짝 볶은 묵은지는 보쌈과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처음에는 양이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산채비빔밥과 여러 음식을 함께 먹으니 두 사람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3. 당귀 샐러드와 산채전, 시래깃국까지
한 상에는 산채비빔밥과 약돌돼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산채전에는 어린 깻잎순과 취나물, 부추 등이 들어 있었고, 곁들여 나온 청양고추 초간장과 함께 먹었습니다.
도토리가루를 섞은 반죽은 두껍지 않았고, 어린 깻잎순과 취나물, 부추가 넉넉히 들어 있어 각각의 향이 잘 느껴졌습니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씹을 때는 쫀득했습니다.

특히 당귀 잎과 사과를 함께 낸 샐러드가 기억납니다. 당귀 특유의 향은 또렷하고 사과는 아삭하고 달았으며 통 들깨는 톡톡 터져서 식감이 흔히 먹는 채소 샐러드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소고기가 들어간 된장 시래깃국은 간이 제법 분명했지만 된장의 구수한 맛이 깊었습니다.
하나만 특별히 맛있었다기보다 이날 나온 음식이 전체적으로 모두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다시 먹어볼까 하며 젓가락이 계속 움직였습니다.
4. 처음 맡았던 더덕 향, 구이로 다시 만나다
식당에 들어올 때 그렇게 향이 좋았던 더덕은 나중에 더덕구이가 되어 상에 올랐습니다.

더덕구이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만 제 입에는 붉은 양념이 제법 매콤했습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맡았던 생더덕 향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그 향이 조금만 더 살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맛이 아쉬웠다기보다 좋은 더덕의 향을 이미 먼저 맡아버려서 생긴 작은 욕심에 가까웠습니다.
5. 엿 하나 끊어 먹느라 더 즐거웠던 문경 여행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다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제가 물었습니다.
“이건 뭐예요?”
시험 붙으라며 엿 하나를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받아 들고 밖으로 나왔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남편과 나눠 먹으려고 엿을 반으로 끊는데 생각처럼 잘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둘이 붙잡고 이리저리 끊어보느라 한참 씨름하다 결국 웃음이 터졌습니다.

맛있는 산채비빔밥과 약돌돼지를 배불리 먹은 것도 좋았지만, 돌아보면 저는 그 엿 하나를 끊어 먹느라 더 즐거웠던 문경 여행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식사는 단순히 ‘맛있었다’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생마늘 때문에 먼저 질문을 했고, 비빔밥에 어떤 나물이 들어갔는지 궁금해 다시 물었고, 약돌돼지에는 어떤 곁들임이 가장 잘 맞는지 하나씩 먹어봤습니다.
궁금해서 물어보고, 알고 나서 다시 먹어보는 재미가 있었던 한 상.
문경새재에서 산채음식을 다시 먹게 된다면 산중에의 그 한 상이 한 번쯤 다시 생각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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